극장 매출은 늘었는데, 한국영화가 힘을 못 쓴다. 2023년 1월 극장가 매출액이 흥행작들의 증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1월 전체 매출액은 1241억 원으로 <아바타: 물의 길>이 420억 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06억 원으로 외화들이 관객 수 회복을 이끌었다. 한국 영화는 <영웅>이 159억 원, <교섭>이 152억 원으로 3위와 4위를 이었다. 3위와 4위라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하고 퇴장했다.
현재 한국 영화는 지난해 12월 13일 <올빼미>를 마지막으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약 두 달간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에게 순서대로 빼앗겼다. <교섭> 등이 개봉일에 살짝 박스오피스 1위에 걸쳐보려 했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외화가 흔들려도 어렵다.
어이없는 것은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혹평으로 개봉 2주 차에 평일 관객 수 3만 명대로 떨어지고, 3040세대 남자 관객들을 모았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이제 힘빨이 떨어져 관객 수가 큰 폭으로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들이 이 틈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5일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마니아>는 10만 7568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7만 1141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진선규가 처음으로 주연으로 나선 <카운트>가 6만 1063명을 모아 뒤를 잇고 있다. <카운트>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 했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한 단계 하락한 3위를 유지 중이다. 누적 관객 수는 16만 8290명이다.
한국영화 대거 준비하나 쉽지 않다.
한국 영화의 부진한 성적 속 3월 반격도 준비 중이다. 조진웅 이성민이 나선 <대외비>, 유연석 차태현 주연의 <멍뭉이>, 중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김다미 전소니의 <소울메이트>, 개그맨 박성광의 연출작 <웅남이>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신작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쉽지 않다. 일본 애니가 준비 중이다.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가 3월 2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3월 8일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은 고토게 코요하루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원작 만화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되며 누적 판매 부수 1억 5000만 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2021년에 나온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은 그해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국내에서도 200만 명이 이상 모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너의 이름은>을 히트 시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스즈메의 문단속>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이 국내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 영화들이 잇따라 선전한 상황이 일본 신작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대하는 자세다. 블록버스터 영화조차 외면받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한국영화에는 “곧 OTT가 나올테니, 그때 가서 보자”는 기류가 강해서다. 뭐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인 누누티비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미 다양한 OTT에서 중간에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바로바로 공개하니 말이다. 즉 이제는 외화 대비 한국영화가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라, 극장에서 ‘볼 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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