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는 2018년 개봉 당시,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크린 라이프'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사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만 느껴지는 부분. 영화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거나,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서치>는 다른 이슈를 던졌다. 그리고 이 화살은 할리우드를 향해 있었다.
이민지 출신의 인도계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장편 데뷔작으로, 동양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한 독립 영화가 제작비 75배에 달하는 글로벌 박스오피스 7546만 2037달러 수익 달성해 초대박 행진을 이어간 성과로 비주류를 대변하는 동시에 할리우드의 미래를 제시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자되고 백인의 주인공이 돼 영웅적인 모습이 주류인 할리우드에서 <서치>의 성공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서치>에서 차간디 감독은 자신처럼 이민자 출신의 주인공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을 본 적 없어 직접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이에 <서치>에는 이민자를 배척하는 미국 사회의 모습 풍자가 곳곳에 담겨있었다. 무엇보다 동양인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을 뒤로 하고, 미국 사회의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일정하게 바라봤다.
4년 만에 등장한 <서치2>도 소수자를 대표하는 설정으로 가득하다. <서치2>의 주요 내용은 그레이스(니아 롱)은 남자친구 케빈(켄 렁 분)과 콜롬비아에서 여행을 떠났으나, 돌아오기로 한 날짜에 돌아오지 않자 딸 준(스톰 리드)가 직접 PC와 SNS 등 온라인 매체를 이용해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이번 편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1인칭 스크린 라이프 연출이 리듬감 있게 펼쳐진다. 디지털 기술로 한 사람의 흔적을 구석구석 찾아내는 것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디지털 기술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기술과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더 배워야 하는지를 깨닫게 함과 동시에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도 느끼게 한다.
전편 주인공이었던 동양인 가족은 속편에서 흑인 가족으로 설정됐다. 그레이스와 준은 흑인 한 가정 부모로, 백인들은 그레이스와 준의 주변 인물인 그의 아버지, 준의 친구, 준이 고용하는 심부름 업체 직원, 변호사 등으로 배치됐다. 그레이스를 찾기 위해 투입된 FBI 조사원 일라이자 박 역은 동양인 다니엘 헤니가 연기했다.
아니쉬 차간디 감독은 제작자로 나섰다. 당시 28살이었던 아니쉬 차간디 감독은 <서치>의 성공에 대해 "나와 같은 처지의 감독들과 동료들이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제 할리우드에서 자리 잡은 그는 <서치>, <런>에서 함께 일했던 니콜라스 D 존슨, 윌 메릭 신예 감독들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서치2>는 변화하고 있지만 흑인, 동양인, 심지어 백인 여성도 할리우드 산업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여전히 보수적인 할리우드에서 소수, 약자를 대변하는 것들을 주류 삼으며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지난달 1월 20일 북미에서 개봉한 '서치2'는 제작비 700만 달러가 투입됐으며 현재 2월 13일 기준 2662만 6121달러를 돌파했다. 전편보다는 흥행에 미진한 결과지만 호평받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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