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이 29일 현재 누적 관객 300만명을 넘긴 했지만, 손익분기점인 350만 관객을 달성하기는 힘들 듯 싶다. 경쟁작인 <아바타:물의 길>이 천만관객을 돌파하고 이제 슬슬 스크린에서 내려오긴 하지만, <더 퍼스트 : 슬램덩크> <교섭> <상견니> 등이 있기에 <영웅이> 갑자기 N차 관람이 늘어 관객수가 확 늘긴 힘들 듯 싶다.
이런 가운데 영화 <영웅>이 남긴 의미를 조명하는 언론이나 관계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영화 <영웅>이 뮤지컬계와 뮤지컬 <영웅>에 끼친 영향을 관심 있게 보면서 향후 뮤지컬 영화가 갖는 파괴력과 뮤지컬과의 윈윈 상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듯 하다.
최근에 언론들과 인터뷰한 <영웅> 주연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에 신규 관객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모든 대형 뮤지컬들이 그렇듯 <영웅>도 사실 마니아들이 관객석을 가득 채웠다. N차 관람, 회전문관객들이 이들을 지탱해 준 셈이다.
그런데 이게 달라졌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뮤지컬 ‘영웅’은 LG아트센터 서울 개막 이후 뮤지컬 분야 월간 예매 순위에서 2위를 지키고 있다. 올해로 14년간 장수하며 9번째 시즌을 맞는 작품임에도 개막 전부터 대부분 매진을 기록하면서 스테디셀러로서의 명성을 입증한 셈이다.
뮤지컬이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작품의 완성도 덕분이었다. 실제로 초연을 마친 후 이듬해인 2010년 뮤지컬 관련 시상식을 휩쓸다시피 했다.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같은 해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수상했고, 안중근 역의 주연 정성화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음악상, 무대미술상은 더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 양쪽에서 모두 수상했고, 여기에다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조명음향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영화와 동시 개막하면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이루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영웅’은 개막 3주차까지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박스오피스에선 1위의 기록이다.
더구나 최근 OST를 발매하면서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가공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급사 CJ ENM은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과 12인의 동지들의 강인한 결의를 담은 넘버 ‘단지동맹’을 시작으로 독립군의 정보원 설희의 가슴 저린 사연을 그려낸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안중근의 흔들림 없는 신념을 느낄 수 있는 ‘누가 죄인인가’ 등 조국의 안위를 위해 담대하게 나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넘버들을 앨범에 담아 발매했다. 뿐만 아니라 극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넘버, 설희의 ‘그대 향한 나의 꿈’까지 앨범에 담았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시츠프로브(sitzprobe,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춰보는 앉아서 하는 리허설)를 중계하기도 했다. 현재 이 중계의 풀버전 다시보기 영상은 유튜브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개발은 공연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주요하다. 이번 ‘영웅’의 영화화에 앞서 공연계에서는 꾸준히 영상화가 진행되고 있던 터다. 일각에선 코로나 시대의 대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는 뮤지컬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문턱을 낮춤으로 해서 공연장으로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그동안엔 ‘도전’에 의미를 뒀다면 이번 ‘영웅’은 공연장과 영화관, 안방을 잇는 소비체계를 만들면서 기존 마니아 관객들을 넘어 새로운 관객 유입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실제로 뮤지컬 ‘영웅’의 제작사인 에이콤 역시 ‘영웅’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의 영화화, 영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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