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m급 고봉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어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전라북도 진안.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진안은 마이산, 구봉산, 운장산 등 빼어난 명산들을 두루 품고 있다. 그만큼 골이 깊고 숲이 울창하여 과거에는 우리나라 8대 오지 중 한 곳으로 손꼽힌 지역이다. 이후 교통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했고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간직한 풍광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운장산의 서쪽에 자리한 연석산으로 먼저 산행을 나선다. 벼루를 만드는 돌이 많이 난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연석산은 위치상 운장산 부봉이지만 하나의 독립봉으로서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산이다. 특히 굽이치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시평마을을 들머리 삼아 눈이 소복이 쌓인 숲길로 들어서는 길. 한겨울임에도 맑은 물소리를 내는 연석계곡을 지나 원시림을 떠올리게 하는 산죽길에 올라선다.
들머리에서 연석산 정상까지는 3.7km. 계곡을 지나면서 산길은 가파르게 솟구치기 시작한다. 고도를 높여갈수록 응달진 산그늘 아래에는 얼어붙은 잔설이 남아있고 푸른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란 나무들이 능선을 가득 메워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파른 오르막을 얼마나 올랐을까, 나무의 키가 조금씩 낮아질 즈음 숲에 가려져 있던 파란 하늘이 열리고 해발 928m 연석산 정상에 닿는다. 정면으로 금남정맥의 주봉인 운장산이 뚜렷하게 조망되고, 동서남북으로 진안의 산세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호남의 금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일컬어지는 운장산으로 이어지는 걸음. 운장산 정상부에는 서봉, 운장대, 동봉 3개의 봉우리가 왕관 모양처럼 솟아 있는데, 일행은 그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풍경을 펼쳐내는 서봉으로 향한다. 연석산과 운장산 사이로 있는 만항재라는 고갯길을 지나자 능선은 한층 더 가팔라진다. 산이 높아 오랫동안 구름에 덮여 있다는 뜻의 운장산. 그 이름처럼 호남의 명산들이 발아래 넘실대고 구름 위를 걷는 듯 장쾌한 기분이 든다.
서봉 정상에 다가설수록 능선은 절벽에 가까운 암릉길로 사나워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에 바람까지 매섭게 불어대는 길. 연신 가쁜 숨을 토하며 오롯이 산세에 몸을 맡기고 마침내 해발 1,122m 서봉에 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산세를 마음속에 가득 품어보는 순간. 운장산 최고의 전망대인 서봉 주변으로 대둔산과 계룡산, 마이산, 지리산 등 이름 굵직굵직한 산들이 지평선까지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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