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심야 음악프로그램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존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거나, 그 방송과 성향이 맞지 않는 음악인들은 이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찾았다. 이후 아이돌 조차 자신들이 음악성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나가야 했다.
KBS는 <노영심의 작은음악회>(1992~1994)를 시작으로 <이문세쇼>(1995~1996)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 <이하나의 페퍼민트>(2008~2009) <유희열의 스케치북>(2009~2022)까지 이었따.
그런데 진행자였던 유희열의 잇따른 표절 의혹이 발단이 돼 프로그램이 불명예스러운 폐지를 맞게 됐다. 마지막까지 유희열은 표절 의혹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그의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다수의 곡들이 표절 시비에 휩싸이고 시청자 게시판에 하차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셈이다.
한 차례 내홍을 겪은 KBS는 박재범을 내세웠다. 그러나 박재범만이 아니다.
KBS는 연간 프로젝트 방식을 도입하면서 한 해 동안 총 네 명의 MC가 각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시즌을 맡아 총 4개의 시즌을 이어서 진행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아직 박재범의 뒤를 이을 MC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실 앞선 진행자들처럼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국내 대중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폭넓은 음악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 더구나 대중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진행 능력까지 겸비한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번 연간 프로젝트 형식은 이런 고민의 결과로서 작용한 것이다. 한 명의 MC에 의존하는 대신 네 명의 MC를 세우면서 다양성이라는 기존 심야 음악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끌고 가겠단 의도다.
KBS는 이런 방식에 대해 노영심,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등은 보편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개별성에 의미를 뒀다고 차별점을 짚기도 했다.
그동안 KBS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은 원로 가수부터 싱어송라이터, 래퍼, 인디뮤지션, 아이돌 등을 초대해 다채로운 무대를 꾸며왔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하기 때문에 가창력에 자신 있는 신인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는 얼굴을 알릴 최고의 기회로 여겨져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유스케’에선 아이유가 10회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KBS의 파격적인 변화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당장 박재범만 하더라도 힙합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재범 뿐만 아니라 이후 세 개의 시즌을 이어갈 제작진, 후임 MC들 역시 각자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채를 어떻게 보여줄 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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