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를 다루는 콘텐츠가 예능으로, 다큐로 뻗어 나가며 하나의 인기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흥미에 방점 찍은 전개부터 자극적 표현으로 끌어내는 화제성까지. 우려의 목소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흥미, 자극성을 덜어내고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범죄 콘텐츠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KBS2 예능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건>(이하 <스모킹건>)은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과학수사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수사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15년 4월 발생한 금호강 살인사건을 비롯해 2011년 신림동 쌍둥이 동생 살인사건 등 실제 벌어진 사건, 사고들을 파헤치며 분노 또는 안타까움을 유발 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의 범죄 예능들과 다를 바 없는 전개다. 그러나 <스모킹건>은 사건 해결 과정에 방점을 찍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물론 사건의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은 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좇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한다.
한 예로 최근 회차에서는 CCTV에 포착된 결정적 증거를 분석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패널 및 시청자들의 감탄을 유발했다.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전문적으로 분석해 답을 찾아나가는 모습에선 과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이 과학수사의 분석을 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 것.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사건 자체가 주는 흥미가 아닌, 해결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는 ‘스모킹건’만의 의도기도 했다. 최근 실제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삼는 예능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잊어선 안 될 사건, 사고들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또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만 각종 변주들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거나 자극적인 재연으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타고 큰 인기를 끈 다큐멘터리들 또한 유사한 지적을 피하진 못했다. 사이비 종교 실체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을 담은 녹취록을 그대로 공개하는 등 자극적인 내용까지 가감 없이 담아낸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이다.
<스모킹건>에 출연 중인 의학자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 교수는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범죄와 관련된 사항을 재밌게 전달한다. 극적으로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프로그램은 보지 않는다”고 타 범죄 예능들을 직접 언급하면서 “그래서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확한 사실 전달 이외에도 과학적인 사항을 과학수사라는 전문 분야를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었다.
물론 적절한 선만 유지된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앞서 언급한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물론 있다. 잊히면 안 될 사건들을 상기시키거나 때로는 분노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현실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최근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이후 사이비 종교 신자들의 각성이 이어지거나 또는 사이비종교와 결탁한 업체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쏟아졌었다.
다만 최근 범죄 콘텐츠 숫자 늘어나면서, 각종 차별화, 변주들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것이 ‘스토리 텔링’의 강화로 연결되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다. 이에 자칫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지 우려가 높아지던 가운데, 이렇듯 색다른 접근 통해 유의미한 재미를 유발한 ‘스모킹건’이 남긴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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