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난지한강공원에는 그룹 NCT 멤버 도영의 이름을 딴 ‘도영숲’이 조성됐다. 팬들은 직접 나무 783그루를 싶어 숲을 완성했다. 이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강 시민숲’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올해 봄부터 난지한강공원에 1만㎡ 규모의 ‘스타숲’을 조성한다고 밝혔는데, 그 첫 삽이 NCT 도영이다.
실제로 앞서 스타와 팬클럽의 기부로 만드는 스타숲은 2019년 잠실한강공원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의 이름을 딴 RM숲 1호가 생긴 것을 시작으로 이촌한강공원 RM숲 2호, 잠실한강공원 정국숲 3호, 광나루한강공원 영탁숲 등 현재까지 한강공원 총 9곳에 조성됐다. 방탄소년단 숲의 경우 현재까지 약 39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고, 전체 스타숲에 총 5200여 그루가 식재돼 있다.
‘스타숲’ 조성은 팬들이 스타의 생일, 데뷔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모은 모금액으로 나무를 심어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드는 친환경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최근 ‘에코 팬 문화’ 조성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팬덤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후변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팬심을 표현하는 방식 역시 변화한 것이다. 스타숲은 2010년 초중반, 한 차례 인기를 끌던 팬덤 문화였는데 최근 들어 다시 이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 변화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팬심도 키우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은 ‘스타숲’ 조성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더구나 서울시가 이 스타숲을 케이팝 관광명소처럼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밝히면서 긍저적인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스타숲을 조성하는 것보다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강 시민숲이 한창 인기를 끌던 2010년 중반, 수많은 연예인의 이름으로 숲이 조성됐는데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관리 실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과거에 생겼던 그 많은 스타숲은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면서 “최근 들어 스타숲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데 관리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두지 않으면 환경은 물론 스타의 이미지까지 깎아먹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 주체’가 필요하다. 과거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하자 지자체, 한강사업본부를 비롯해 이 사업을 함께 꾸렸던 업체들까지 모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스타의 소속사는 “팬덤이 자체적으로 한 일이어서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책임질 주체가 없는 스타숲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케이팝 팬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만들기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관계자는 “식재된 나무가 잘 자라도록 비료 주기 등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팬클럽이 희망할 경우 스타의 명패와 풋·핸드프린팅, 등신대 등의 설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팬들의 정성이 모인 스타숲이, 무관심 속에서 흉물스럽게 방치되지 않도록 팬덤의 관리 참여를 독려하는 것을 넘어 확실한 관리 주체를 두고 철저한 관리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