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예능은 그 어떤 형태로든 막대한 돈이 투입된다. 메타버스 업계에서는 회당 수 억 이상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줄줄이 망한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소녀 리버스>가 관심 받는 이유다. <소녀 리버스>가 메타버스 예능에 심폐 소생술을 펼칠 수 있을까.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 중인 <소녀 리버스>는 새로운 세계에서 데뷔를 꿈꾸는 현직 걸그룹 멤버 30인이 이름도 정체도 숨긴 채 버추얼 걸그룹 5인조로 데뷔하기 위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예능이다.
현직 걸그룹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다는 것, 그리고 데뷔는 자신이 아닌 버추얼 걸그룹으로 한다는 점에서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일긴 했지만, 현재까지의 반응은 나름 나쁘지 않다.
전개 과정은 기존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를 소개하고, 또 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며 탈락, 합격의 과정을 거쳐나가는 것. 다만 버추얼 캐릭터들이 현실의 걸그룹들을 대신한다는 것만 다르다.
<소녀 리버스>가 공개되기 전 엔터 업계나 메타버스 업계 사람들의 ‘불안감’은 <소녀 리버스>때문이 아니었다.
이에 앞서 제작된 MBN <아바타 싱어>, TV조선 <부캐전성시대>, <아바드림> 등이 저조한 시청률은 물론 아예 화제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신들만 자화자찬하다가 끝난 셈이다.
특히 정체를 숨긴 10팀의 아바타 싱어들이 경쟁을 펼치는 내용을 담는 <아바타 싱어>는 회당 제작비 10억을 투입해 남다른 공을 들였음에도 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큰 제작비를 투입하며 완성한 버추얼 캐릭터들의 완성도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각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캐릭터 구현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청자들이 가상 캐릭터라는 사실을 잊고 몰입할 만큼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캐릭터의 비주얼도 어색한데, 이것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각 프로그램만의 서사도 탄탄하게 구축이 되지 못했었다. 결국 어느 한 곳에도 몰입하지 못한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을 리 없었던 것이다.
<소녀 리버스>의 전략은 달랐다. 애니메이션처럼 구현된 2D 캐릭터들을 통해 오히려 가상임을 강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대신 서바이벌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현실 세계의 정체를 공개하고, 캐릭터가 소멸되는 등 <소녀 리버스>만의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구축하면서 놀이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를 통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걸그룹 멤버들은 “다이어트나 화장을 하지 않아서 좋다”고 솔직하게 언급하는 등 이 세계관을 마음껏 즐기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다.
<소녀 리버스>는 지난 11일 방송에서 본선에 진출할 15명의 소녀V를 확정됨과 동시에 깜짝 패자부활전이 발표됐다. 현직 걸그룹이 소멸할 상황에서 한번 더 기회를 준 셈이다.
'방송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것이 알고 싶다’ PD도, ‘PD수첩' PD도, 다큐‧시사 PD들도 연이어 ’예능‘ 제작을? (0) | 2023.01.20 |
---|---|
윤도현, 유희열, 이소라, 이문세…끊겼던 심야 음악 토크쇼, 박재범이 살릴 수 있을까 (0) | 2023.01.18 |
<솔로지옥2> <스킵> <좋아하면 울리는>…지난해 30개 쏟아졌던 연애예능, 올해는 망했구나 (0) | 2023.01.17 |
유튜버들이 OTT와 지상파‧종편‧케이블의 새 얼굴이 되나 (0) | 2023.01.15 |
<더 글로리> 쪼개기 편성 긍정적일까?…<종이의 집> <외계+인>은 힘들었는데. (0) | 2023.01.12 |